100억엔 코로나 손실에 휘청…'日 1위 노래방' 사업 분할로 기사회생

입력 2022-08-24 17:26   수정 2022-08-25 02:19

한국이 복합적인 경제 위기와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일본과 같이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을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산경법) 수준으로 강화해 전방위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는 2013년 버블 붕괴 후 오랜 침체기에 빠진 자국 경제 부활을 위해 ‘과감한 성장 전략’ 등 이른바 ‘세 개의 화살’을 대책으로 내놨다. 산경법은 ‘과감한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불린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 해보자’는 철학 아래 사업 재편에 대한 세제·금융 등 지원 방안을 총망라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는 여전히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산경법을 통한 정부의 전폭적인 기업 지원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스핀오프로 코로나 위기 넘은 日 기업
일본 최대 노래방 체인 ‘마네키네코’를 운영하는 고시다카홀딩스는 2019년 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휘청였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 이후 전국 580개 점포에서 영업이 중단됐다. 노래방 사업에서만 2019년 이후 2년간 100억엔의 영업이익이 줄면서 적자 전환했다. 2018년 인수한 여성 전용 헬스클럽 ‘커브스’도 남성·거울·화장이 없는 헬스장으로 각광받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내 80만 명이 넘던 회원 수가 50만 명까지 쪼그라든 것이다. 1967년 라면 사업으로 시작해 일본 최고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한 고시다카그룹의 최대 위기였다.

이때 고시다카홀딩스는 산경법의 ‘스핀오프(분사창업)’ 지원 제도로 눈을 돌렸다. 사업 재편 기업으로 승인되면 비과세 혜택을 받고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완화를 통해 의사결정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 분할에 성공하면 사업 부문별 개별 평가를 통해 기업 가치 상승을 노려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사업별로 경영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커브스가 신속한 스핀오프에 성공하면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았고, 더 많은 금융 지원을 얻게 됐다. 이는 코로나 위기를 돌파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후 노래방 사업은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면서 올해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커브스 회원 수도 70만 명으로 반등했다. 도쿄 본사에서 만난 도이 요시히토 고시다카홀딩스 상무는 “처음 회사 분할에 반대하던 해외 주주도 사업 재편 지원제도에 대해 들은 뒤 찬성으로 돌아섰다”며 “결과적으로 스핀오프 성공이 회사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쓰비시-히타치 합병도 산경법 도움
산경법 제정 이후 주요 기업은 비핵심 사업 매각과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구조화에 적극 나서면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 화력발전 사업 통합이 대표적 사례다. 두 회사는 2014년 1월 화력발전 사업을 합쳐 미쓰비시파워를 설립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동남아시아·중동 판로와 히타치제작소의 유럽·아프리카 판로를 통합해 시너지를 냈다. 미쓰비시파워는 출범 1년 만에 폴란드 국영 전력회사의 1100억엔 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성과를 내 현재 발전사업 부문 세계 3위 회사로 도약했다. 도이 히토쓰구 미쓰비시중공업 그룹장은 “사업 재편을 고민하던 중 일본 경제산업성의 제안으로 히타치와의 통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 퓨엘&파워와 중부전력이 제라(JERA)로 통합한 것도 비슷한 성공 사례다. 제라는 통합 후 발전연료 조달부터 발전, 전력·가스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제라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만 지난해 850억엔에 달했을 것으로 평가했다. 소니와 전자제품회사 TDK는 적자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집중하면서 사업 재편에 성공했다.
○“기업이 필요한 것 모두 지원”
일본 정부가 2014년 산경법을 제정하고, 2018년과 2021년 법 개정을 통해 기업 지원 체계를 강화한 것은 일본 경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였다. 산경법 제정에 참여한 도모야 후지타 변호사는 “민간 기업의 필요에 따라 정부가 맞춰서 움직이는 구조”라며 “산경법엔 경제계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지원해주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이 사업 재편 과정에서 산경법을 적극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로 ‘차별 없는 지원’이 꼽힌다. 사업 재편 지원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구분을 없앴기 때문이다. 김삼식 KOTRA 일본지사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이 상호 M&A를 할 때도 산경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양국이 사업 재편 분야에서 협력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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